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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회 생애의 발견 2부 by godo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한글을 배우기 전에 먼저 했던 것, 기억들 하시나요? 바로 선긋기였습니다. 아직 손근육이 완전하게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의 악력을 키워주고, 더 쉽고 더 곧게 글씨를 쓰게 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하죠. 미술학원에 가서도 처음에 지겹도록 하는 일, 그림의 기본 역시 선긋기라고 하고요. 그건 건축의 제도 작업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집을 짓는 일의 처음도 사실은 선긋기인 셈이죠.
 인생엔 또 다른 선긋기가 필요합니다. 책상을 같이 쓸 때 가운데 그어놓았던 게 어쩌면 처음이었을까요? 타인의 영역에 대해서 넘어가지 말아야 할 선. 그 선을 지키는 것은 타인에 대한 존중과 예의의 기본이겠죠. 삶의 태도이자 기술로서의 선긋기는 또 있습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정확하게 선을 긋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 '이럴 줄 알았지' 싶었던 경험들, 얼마나 많은지요. 일에 대해서든, 사람에 대해서든 거절을 잘 하는 것. 때로는 떠들썩한 무리들로부터 물러나서 자신을 선 밖에 세워둘 줄도 아는 것. 무엇보다 중요한 나를 지키는 방법으로서의 선긋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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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의 빨간책방
2018년 10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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